# 그녀와 함께한 약속
(부제 : 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)
그날 밤
전 그녀로부터 한편의 편지를 받았습니다.
근데 이 편지는 일주일 후에 꼭 읽어야 되는 편지랍니다.
왜 일주일 뒤냐구요 ?
일주일 후, 저는 전학을 갑니다.
옆 동네도 아니구요, 첫 번째 포스팅 때 말씀드린 그곳.
바로 서울로 말입니다.
그래서 그녀는 일주일 뒤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꼭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.
그녀가 나에게 처음으로 부탁한 일입니다.
그녀와 내가 처음으로 약속한 일입니다.
궁금합니다.
궁금합니다.
궁금합니다.
하지만 전 참습니다. 인내합니다. 견딥니다.
(일주일 뒤에 주지 왜 그때 줘서 사람 애간장을 녹였는지..)
하루, 이틀, 사흘, 나흘, 닷새, 엿새
드디어 오늘입니다 =)
드디어 오늘입니다 =(
두 가지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.
그녀와의 약속을 지킨 뿌듯함과 그녀를 곧 떠나야 하는 슬픈 마음입니다.
.
.
.
마지막 수업시간입니다.
문학시간이었습니다. 평소에 지루하기만 했던 문학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갔을까요 …
밖에서 담임선생님께서 나오라는 손짓을 하십니다.
이제 갈 시간이라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.
이제 교실 밖으로 나가게 되면 그녀와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없습니다.
같은 교실에서 그녀가 수업하는 모습도 볼 수 없고,
같은 교실에서 그녀가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도 볼 수 없고,
같은 교실에서 그녀가 친구들과 수다 떨며 웃는 모습 또한 볼 수 없습니다.
만감이 교차합니다.
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가고 싶은데
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…..
“슨생님, 부탁이 있십니다. ○○이랑 잠깐 밖에서 얘기 좀 할 수 있게 좀 부탁드립니다.”
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.
전 소심합니다.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너무 신경쓰는 사람이었습니다.
그런 제가 갑자기 저런 부탁을 ….
그것도 수업 중이신 선생님께 말하고 있었습니다.
더 기가막힌건 선생님의 반응입니다.
“알았다. 그리해라”
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, 아무렇지도 않게 선뜻 제 부탁을 들어주셨습니다.
저를 더 놀라게 한건 무엇보다 그녀의 얼굴이었습니다.
저를 따라 나오는 그녀의 얼굴이 어둡습니다.
그리고 제 앞에 서있는 그녀의 얼굴이 슬퍼 보입니다.
그래서 제 얼굴도 마음도 어느새 어둡고 슬퍼졌습니다.
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.
“잘 지내라, 같이 못 있어서 아쉽다, 그리고 …. 잘 지내라”
(바보같이 했던 말 또 하고 또 했습니다.)
“아이다..”
그 큰 눈에 커다란 눈망울이 맺힙니다.
쳐다보지 않았습니다. 보면 저도 울컥 할 것 같아 땅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.
더 말하고 싶었습니다.
더 같이 있고 싶었습니다.
사실 많이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.
사실 많이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.
그렇게 그녀와 나는 369.98km만큼의 헤어짐을 시작하려합니다.
아직은 1km도 되지 않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.
교문을 나서며 다시 한 번 내가 다녔고 나의 추억들이 가득한 내 학교를 바라봅니다.
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추억이 가득할 내 학교를 바라봅니다.
혼자 걸어 나오는 길이 외롭습니다.
혼자 걸어 나오는 길이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습니다.
한걸음, 두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점점 앞이 흐려집니다.
어려서부터 함께 커왔던 친구들, 곱던지 밉던지 날 가르치셨던 선생님들
모두가 벌써부터 보고싶어지려 합니다.
그 때,,,
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내 반쪽들
혼자 못 보내겠다며 수업시간인데 날 배웅 나와준 23명의 친구들.
이들의 배웅으로, 나에게 보여준 그들의 마음으로 잠시나마 외롭고 추웠던 제 마음이 따뜻해 질 수 있었습니다.
하지만
여전히 그녀가 보고싶은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.
여전히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.
벌써부터 그녀의 얼굴이 그리워지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.
우리 모두의 첫사랑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…
어쩔 수 없나봅니다.
“박현종의 마음을 남기다” 다섯 번째 이야기 여기까지구요.
행복하세요 ^^